[종교] 소개팅에서 종교가 의미하는 것

지난번에 이어서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또 한번 해 볼까 한다.

나는 얼굴도 별로고 키도 작은 베타메일인지라 주변에서 소개팅을 시켜 준다고 하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OK를 했었다. 심지어 상대방 사진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일단 주선자가 나를 소개팅에 내보낸다는 의미가 주선자가 나를 그래도 자신의 인맥 중에 소개팅이라는 시장에 내놓았을 때 부끄럽지 않다는 의미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선자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처음엔 들어오는 족족 소개팅에 나갔다. 많이는 아니지만 다양한 분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결국 나중에는 종교있는 사람은 정중히 거절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우선 순위
종교가 인생 1순위 인 사람들이 있다.
종교 생활과 그 외 사회생활을 균형있게 하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지나치면 역시 좋지 않은 법. 하루 종일 종교활동에 빠져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우선순위는 당연히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기 때문에, 만남을 이어가더라도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어떤 분은 일요일에 오전 7시부터 오후5시까지 교회에만 있는 분이 있었다.
교회에서 성가대도 하고 아동부 선생님도 하고, 그 외 기타 이벤트 준비도 하기위해 가끔 토요일에도 교회를 나간다.
분명 크리스마스때에도 남자친구보다는 하나님과 함께 교회에서 예배타임을 보낼것임이 분명 하리라.

2. 전도
자꾸 소개팅 자리에서 전도를 하려고 한다.
어떤 분은 처음 만난 날에 대뜸 종교를 묻더니 내가 무교라고 하니까, 바로 교회를 같이 다니 자고 했다.
나는 바로 "저는 무교에다가 무신론자 입니다" 라고 하니까 그 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게 그 분을 본 처음이자 마지막날이었다.


그런데 종종 몇다리 건너 소개팅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주선자도 연락처만 전달받고 그 이외 정보는 무엇인지 등은 모르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경우엔 이전과 마찬가지로 소개팅 자리에 무조건 나갔다.

그 다음이 중요한데, 처음 만난 자리에서 대뜸 직접적으로 "종교가 뭐에요?" 라고 물을 순 없어서, 이런식으로 돌려서 물어 보곤 했다.

"주말엔 보통 뭐하세요?"

종교가 없는 분들은, 본인만의 취미 생활을 하든지 어디 놀러를 간다고 하고,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교회 간다고 한다.

이렇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교회에 다니는 여자분들과 소개팅을 몇 번 해보고난 뒤 문득 궁금 해졌다.
내가 무교인데도 나랑 소개팅을 하겠다는 여자는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가설을 세우고 추론을 해보고 주변 지인중에 교회에 다니는 남자들에게도 물어보고 내린 결론은, 
"교회 안에서 만날 남자가 없다"는 것이다.
본인과 같은 종교를 가진 남자를 만나면 얼마나 편하고 좋겠는가? 같이 예배도 하고 사랑의 찬송가도 부르고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나(무교 남자)와 소개팅을 하러 나온 것이다.

"교회 안에서 만날 남자가 없다" 는 또 몇가지 상황으로 구분 해 볼 수 있겠다.

#1
연애 상대로 괜찮아 보이는 레벨의 남자는 이미 다른 자매와 연애중이거나 아님 게이라서 자매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을 수 있다. 근데 남아있는 솔로 상태인 교회오빠들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외모를 갖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외부에서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

#2
이전에 같은 교회 오빠랑 연애 했었는데 헤어짐, 근데 그 오빠는 교회 같은 그룹 다른 여자랑 사귐. 그렇다고 교회를 그만 다닐 순 없고, 교회는 계속 나가야 하는데 연애는 해야겠고..

그래서, 무교인 남자를 만나서 교회로 데려오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종교가 같은 사람끼리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독교는 기독교랑 만나야 하고, 천주교는 천주교, 불교는 불교, 무교는 무교랑 만나는 것이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향후 갈등의 소재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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